겨울 축시때 그리운 마음
겨울 축시(丑時)때 겨울 축시때 그리운 마음
기척없이 함박눈이 대지에 쌓이네
외등 불빛마저 쌓인 눈을 밝혀주니
유년시절 유년시절 동무 생각에 쌓이네
2025년 11월 13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세월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산기슭에 쌓인다.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초가집 지붕에 쌓인다.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버스정류장 지붕에 쌓인다.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내 육체와 나이에 쌓인다.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내 기나긴 한숨에 쌓인다.
2025년 10월 22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시간
정갈한 향냄새와 침묵이 흐르는
방구석에서 왼종일 시간이라는 의미를 생각한
나는
‘다음에, 나중에’라는 단어를
내 머릿속에서 지우려 한다.
벌써 지천명(知天命)이 넘어버린 나,
그간 내가 살아온 행적을 추억이라는 보자기 안에서 기억을 꺼내며 더듬어 본다.
내 기억하고 싶거든 행복 담을 지니
내 기억하고 싶지 않거든 슬픔 담을 지니
어느 병원, 시한부 생(生)의 환자,
늦은 밤하늘, 창 너머 소리 없이 떨어지는 유성을 보고
그대 눈에 투명한 구슬이 흐느끼며 떨어진다.
그대 생에 무엇이 그다지도 서글프고 아쉬운지
정갈한 향냄새와 침묵이 흐르는
방구석에서 왼종일 시간이라는 의미를 생각한
나는
‘다음에, 나중에’라는 단어를
내 머릿속에서 지우고
용기 내 지금 희망의 불꽃을 지피려고 한다.
2025년 10월 21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47'의 패러디
심장아, 우리 그녀를 잊자!
너와 나 ― 지금 모든 것을 잊자!
넌 그녀의 사랑을 잊으렴 ―
나는 그녀의 빛을 잊을게!
그녀를 완전히 잊거든, 제발
내가 곧 시작할 수 있도록 말해주렴!
서둘러 주렴! 네가 꾸물대는 사이에
또 내가 그녀를 영원히 기억하지 않도록!
심장아, 마음이 너무 아파!
너와 나 ― 충격으로 인한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을까? ―
이젠 모든 것이 싫고
그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어!
난 그녀에게 어떤 원한이나 악감정이 없는데
왜? 왜? 왜?
난 결코 그녀에게 용서와 자비를 줄 수 없어
차디찬 분노와 억눌린 슬픔을 먼지처럼 훌훌훌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2025년 7월 11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만남과 이별
오늘 우린 낯선 사람과 만나네
낯선 사람을 만나네,
내 영혼과 낯선 사람의 영혼에 대한 인연의 끝을 기약할 수 없지만
낯선 사람을 만나네.
낯선 사람과 낯선 사람과
낯선 만남은
인생의 작은 축제처럼 설레며 기다려지네.
낯선 사람이여,
당신과 나의
사랑과 믿음이 진실이라면
평생토록 동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고통과 절망을 감내하고서라도 미련 없이 잊겠소. 미련 없이
오늘 우린 낯선 사람과 헤어지네
낯선 사람과 이별하네,
내 영혼과 낯선 사람의 영혼에 대한 인연의 끝을 기약할 수 없지만
낯선 사람과 이별하네.
2025년 8월 5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인연과 악연
세상사 인간 관계엔
인연과 악연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첫 만남
마음이 진솔하고 호감가며 편안하면 인연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며 날 해롭게 하면 악연
어디 인연 맺기가 그리 쉽던가?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마음은 알 수 없다.'
사람 속마음은 수시로 변하므로 세상엔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어디 인연 맺기가 그리 어렵다면
악연이 변질되어 귀한 인연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로 영원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세상사 인간 관계엔
인연과 악연이 있다
지금 난 인연과 악연
이들 관계 속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다
2025년 7월 14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삶과 죽음
신생아실 갓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
장례식장 고인을 떠나보낸 가족의 울음소리
봄, 나뭇가지의 잎에 새싹이 돋아나네
겨울, 나뭇가지의 잎이 낙엽되어 떨어지네
인간사/자연사 모두 삶과 죽음의
연속성에 놓여있네
삶은 때론 행복, 때론 시련의 연속이자 고통이지만
죽음은 이승의 삶을 내려놓고
홀가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네
참으로 묘하지 않는가
우린 삶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지만
우린 죽음을 경험하고 체험할 수는 없다네
우린 언젠가 죽음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린 알면서도 태연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네
우리가 죽지 않는 영원한 삶이라면 불행일 수 있지만
죽음이 있기에 다행이고 축복이네
오늘도 우린 죽음의 문턱 앞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네
마침내 우리가 죽음에 다다르게 된 날
고통 없는 초연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어어이 어어이 슬퍼들 말게나, 울지들 말게나
편안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그곳에
내 먼저 가서 ― 그대 오기만을 고대하며 ― 있겠네
그러게나,
우리도 당신처럼 저 먼 곳에서 만날 수 있기만을 기원하며
언젠가 하늘 끝 그 먼 길로 떠나겠네 ― 오! 그대여 ― 천사여! 악마여! ―
우리도 당신 곁을 따라가겠노라!
2025년 7월 18일, 김정수.
시스템 엔지니어
You must 49 things while you are alive.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Memory is bound to fade over time. Writing your autobiography is the most beautiful effort to never forget precious memories.
(기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물가물해지기 마련입니다.
자서전을 쓰면서 추억을 기록하는 것은
소중한 것들을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가장 아름다운 노력입니다.)
Ask yourself how to overcome the difficulties, Adversity is a mirror that truly reflects yourself. Good things will happen after adversity.
Of course, after that good things, there could be another rough ride and adversity. It is said that life is a cycle like this.
(자기 자신에게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물어보세요.
역경은 진정으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역경이 지난 후에는 탄탄대로가 열립니다.
물론, 그 탄탄대로가 지나면 또 다른 자갈길과 역경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도는 것이라고 합니다.)
탄줘잉
작가
죽진 회고록, 열정과 덕성으로 중용의 길을 걷다. 中에서......
도서출판 사람들
한그릇 죽이나 밥이 들어옴이 쉽지 아니함을 항상 생각해야 하며
반토막의 실, 반토막의 옷감도 항시 物力(물력)의 어려움을 생각하라.
음식은 약소하되 정묘롭게 하고, 텃밭 채소는 진귀한 반찬보다 더하다.
화려한 집을 영위하지 말고 양전만을 꾀하지 말라.
가난하고 고생하는 친척이나 이웃을 보면 항상 따뜻하게 救恤(구휼)하라. 각박하게 성가함은 오래도록 복을 향유할 이치가 없다. 五倫五常(오륜오상)에 괴변이 일면 선 자리에서 쇠망함을 보게 되는 것이요, 형제숙질간은 모름지기 많으며 나누고 적으면 채워주도록 하라.
장유와 내외간은 마땅히 법도가 정숙하고 언사가 존엄해야 하니라. 부녀의 말을 듣고 골육이 서로 어긋나면 어찌 이를 丈夫(장부)라 할 수 있겠는가? 돈과 재물을 중히 여기고 부모를 박대하면 사람의 자식이 되지 못한다.
딸을 여우는데 있어서는 현명함을 택하고 무거운 함을 탐색하지 말라, 며느리를 얻는데는 숙녀를 구하고 후한 혼수혼구를 꾀하지 말라. 부귀를 보고 아첨의 마음이 생긴 자는 가장 수치스럽게 여길지며 비천한 자를 만나 교태를 짓는 자는 천하기 짝이 없음이다.
거처함에 있어서 다투는 訟事(송사)를 경계하도록 한다. 송사는 끝이 흉할 것이다. 처세에는 말 많음을 경계하라. 말이 많으면 반드시 잃기 때문이다. 세력에 의지하여 사람에게 능멸이나 핍박을 주지 말라. 먹기위해 탐을 내서 새를 사로잡아 함부로 죽이지 말라.
괴팍한 버릇을 스스로 시인할 때에는 후회가 많을 것이다. 퇴폐성과 게으름을 스스로 달갑게 하면 가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악한 자, 소인배와 친하고 가까이 하면 오랜 세월에 반드시 그 누를 받게 된다. 뜻을 굽히고 성사를 너무 서둘지 않으면 급할 때인 즉 서로 의지할 수가 있다.
남의 발언을 경청할 때 어찌 사람의 讒訴(참소)를 알지 못해서 되겠는가? 인내를 해야 마땅 할 때에는 여러 번 생각을 해야 한다.
어떤 일로 인해 서로 다투는 경우 어찌 나의 그릇됨을 모르고서야 될 일인가? 마땅히 마음을 공평하게 먹고 자상히 생각하라. 남에게 은혜를 베풀었을 때 그 은혜의 댓가를 생각하지 말라. 凡事(범사)에 대하여 잊지를 말라. 마땅히 뒷 여지란 있음이니라.
한번 뜻을 얻으면 마땅히 다시 가지 말라. 사람에게 기쁜 일 경사가 있으면 시기심을 일으키지 말라. 사람에게 화환이 있으면 잘 되고 다행하다는 빛을 보이지 말라. 착함을 남에게 보이고자 함은 참 선이 아니며 악을 남이 알까 두려워함은 이것이 바로 대악이다.
여색을 보고 음심을 일으킴은 자신의 처녀에 갚는 일이 되니라.
원한을 감춘 가운데 어둠 속 한 구석 마음의 화살을 쓰면 그 화가 자손에게 미친다. 가문이 화순하면 비록 아침 저녁의 끼니를 잇지 못해도 이또한 즐거움이 있다. 나라에서 부과한 공과금을 빨리 납부하면 곧 주머니 쌈지에 여유가 없어도 진실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독서는 성현의 심지를 배움에 있고 관의 마음을 위한 행위는 군국에 뜻이 있음이다.
죽진 최영선
프랭클린 자서전 中에서......
한문화
사랑하는 아들에게
나는 예전부터 선조들의 일화를 수집하는 것을 즐겼단다. 우리가 함께 영국에 갔을 때 내가 그곳 친척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물어보았던 것을 너도 기억할 게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너도 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삶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을 테니 말이다. 마침 일주일간 시골에서 한가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너를 위해 이글을 쓰기로 했다. 물론 글을 쓰고 싶은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나는 가난하고 이름 없는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 하지만 지금은 행복을 누리며 풍족하게 살고 있고 세상에 어느정도 이름도 알렸다. 하나님의 축복 덕분에 이룬 성공이지만, 나의 후손들에게 내가 성공에 이르게 된 방법을 알려주고 싶구나.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처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따라준다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나는 더없이 행복한 삶을 누려온 것 같다. 그래서 누군가 내게 지나온 삶을 똑같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단 작가들이 초판에서 한 실수를 개정판에서 바로잡듯 나 역시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으면 좋겠구나.
잘못을 바로잡는 것과 함께 내 삶에서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이나 사고들을 좀더 좋은 일들로 바꿀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 설사 이것이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다시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인생을 다시 산다는 건 애당초 불가능한 길을 되돌아보고 영원히 남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그 못지않게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살면서 겪은 여러 가지 일들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을 좋아하는 여느 노인들처럼 나도 그런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늙은이를 공경하는 차원에서 억지로 내 얘기를 듣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이렇게 글로 남기면 읽든 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내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 차라리 짚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어쩌면 나는 내 자만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절대 자랑하려고 하는 말은 아닌데"라는 얘기 뒤에는 으레 우쭐대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는 자만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자만심을 참지 못한다. 하지만 자만심이 그것을 가진 사람이나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대체로 생산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신하므로 나느 자만심을 가진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하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자만심을 내려준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해도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이정임 옮김
하루한시 中에서...
(주)샘터사
관 뚜껑 덮고서도 모를 일 또 있나니
자손들 많고 보면 묘 파헤쳐 옮겨 가네
살아선 좋은 집에 오랫동안 편하다가
죽어선 떠도다니 어이 아니 슬프리오.
蓋棺猶有事難知 子大孫多被掘移
(개관유유사난지 자대손다피굴이)
生存華屋安身久 死作飄蓬豈不悲
(생존화옥안신구 사작표봉기불비)
- 김창흡(金昌翕, 1653~1722), <갈역잡영(葛驛雜詠)>, 삼연집(三淵集)> -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도 다 순간에 불과하다. 이 평범한 진리를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잊어버린다. 잠시 머물면서도 영원히 살 것처럼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한다. 명예, 권세, 재물을 포함해서 그 어떤 것도 잠시 빌리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남들이 떠받들고 대접해주는 데 길들여져선 곤란하다. 사람들은 내 지위나 관계속에서 나를 대우하고 대접할 뿐이다.
높은 지위에 머물다 은퇴하면 세상의 염량세태와 비정함을 더욱 체감하게 된다. 수시로 울려대던 전화와 문턱이 닮게 찾아오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뚝 끊긴다. 사람들의 태도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다. 알고 보면 사람들이 변한 것이 아니고 원래의 순연한 나로 돌아온 것뿐이다.
인간에게 가장 명백한 사실은 죽음이다. 그러나 누구나 맞는 이 죽음을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며 넘치는 욕심을 부리며 산다. 결국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을 맞게 된다. 죽음의 강렬함은 욕망에서 무욕으로 견인해주는 좋은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죽음으로써 나는 완벽하게 소멸되지만 남은 사람들과의 이해관계에 따라 또 다른 나는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
장유승, 박동욱, 이은주, 김영죽, 이국진, 손유경
대학교수